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체들이 본국으로 복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를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으며,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리쇼어링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을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리쇼어링이 제조업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리쇼어링은 단순히 공장을 다시 국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 베트남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겼다면, 이제는 생산 안정성, 공급망 제어, 기술보호 등의 이유로 본국 내 생산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인텔(Intel)과 애플(Apple), 그리고 한국의 삼성전자 등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배터리, 전자부품 등 핵심 산업에서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비용 중심의 글로벌화에서 벗어나, ‘전략적 제조’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리쇼어링은 고용 창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은 팬데믹 이후 약 80만 개의 일자리를 회복했으며, 이는 리쇼어링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향후 제조업은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자동화, AI, 스마트 팩토리와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리쇼어링은 이러한 전환의 기폭제로, 국가 산업의 체질 개선을 견인할 핵심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리쇼어링의 전략적 가치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특히 반도체, 의료장비, 식량 등 핵심 품목에서의 병목 현상은 제조업 전체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고, 각국은 ‘공급망 리스크’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쇼어링은 단순한 경제 전략을 넘어서, ‘국가 안보’ 수준의 이슈로 격상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CHIPS and Science Act’와 같은 법률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리쇼어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European Chips Act’를 제정하여 자립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리쇼어링은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와 함께, 물류비용 절감, 품질관리 용이성, 기술 유출 방지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기술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에,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리쇼어링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노동집약적인 분야에서는 여전히 해외 생산이 유리할 수 있으며, 국내 인건비 상승, 규제 문제 등도 리쇼어링의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 특성과 국가 역량을 고려한 ‘선택적 리쇼어링’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 제조업의 리쇼어링 현황과 정책 과제
한국에서도 리쇼어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복귀기업 지원제도’를 통해 세금 혜택, 부지 지원, 인력 양성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 국내로 복귀한 기업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4년부터 도입된 리쇼어링 지원 제도 이후, 2023년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약 130여 개에 불과합니다. 이는 제도의 실효성 부족, 복귀 시 경제적 메리트 부족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유연한 지원 방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입지 제한 완화, 스마트 팩토리 구축비 지원, ESG 기준에 부합하는 인센티브 설계 등이 요구됩니다. 또한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 정책과 연계도 중요합니다. 리쇼어링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축적과 산업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제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금, 리쇼어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리쇼어링은 공급망 안정, 기술보호, 고용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제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전략적 대응과 함께 한국도 제도적·정책적 개선을 통해 보다 많은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시점입니다. 앞으로의 제조업 경쟁력은 얼마나 스마트하고 유연하게 리쇼어링을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리쇼어링을 통한 산업 재편의 골든타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