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사회, 지배구조(ESG)가 전 세계 투자 시장의 중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책임 투자(SRI)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러한 투자 방식은 특히 밀레니얼 및 Z세대 투자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SRI와 임팩트 투자의 개념 차이, 주요 사례, 그리고 국내외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효과와 성장 가능성을 집중 분석해보겠습니다.
SRI의 정의와 글로벌 확산 배경
사회적 책임 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 SRI)는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윤리적 기준, 환경 보호, 인권 존중 등 사회적 요소들을 반영하는 투자 전략입니다. 즉, 이윤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SRI가 주류 투자 전략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흐름이 있습니다. 먼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ESG 개념의 확산과 함께, 지속 가능한 경영이 장기적인 수익성과도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일본 GPIF(정부연금투자기금) 등이 SRI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신뢰도와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또한 2006년 UN이 발표한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은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SRI를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전략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현재까지 5,000개 이상의 투자 기관이 PRI에 서명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120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SRI는 단순한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브랜드 가치 상승, 장기적 안정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합리성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란? 사례를 통해 보는 현실적 적용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는 SRI와 비슷해 보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합니다. 단순히 사회적 피해를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을 투입하고, 그 결과를 측정하는 투자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사례로는 Acumen Fund와 Omidyar Network가 있습니다. Acumen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 지역에 보건, 에너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 자본을 투입해왔으며, 단순 후원이 아닌 ‘성과 기반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Patagonia와 같은 친환경 브랜드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기후 변화 대응, 플라스틱 저감 기술 개발,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자본을 할당합니다. 국내에서도 점차 임팩트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임팩트금융, 크레비스파트너스 등의 임팩트 VC가 청년 고용, 지역 문제 해결, 친환경 기술 개발 기업에 투자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무적 수익성과 더불어 사회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보고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정부도 관련 제도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임팩트 투자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혁신 도구로 기능하며, 시장과 사회를 잇는 새로운 자본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RI와 임팩트 투자: 차이점과 상호 보완 가능성
SRI와 임팩트 투자는 모두 ESG 기반의 가치 중심 투자 전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SRI는 투자에서 '배제' 전략을 기반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담배, 무기, 탄소배출이 높은 기업 등 사회적으로 해롭다고 판단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반면, 임팩트 투자는 '적극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여,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찾아 투자합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전략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RI 포트폴리오 내 일부 자산을 임팩트 프로젝트에 배분함으로써 안정성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기관들이 ESG 통합 전략을 바탕으로 SRI와 임팩트 투자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새로운 측정 지표와 평가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에서 제공하는 IRIS+ 지표는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도구들은 두 투자 전략 간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수익률만이 아니라, 투자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책임 있게 투자함으로써 더 큰 가치 실현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특히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방향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 투자와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투자 전략으로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두 전략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호 보완적이며 지속 가능한 금융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투자자 모두가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바꾸기 위해 투자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